정부와 서민 간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국내 최초로 한전 전기요금 정책에 대해 소송을 벌이고 있는 인물이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곽상언 변호사(법무법인 인강)다. 그는 2014년 8월부터 누진요금제로 인한 소비자피해 소송을 이끌고 있다. 현재 750명이 참여 중이다. 7월 26일 서울 서초 법무법인 인강 사무소에서 곽 변호사를 만났다.
소송 진행 상황은 어떤가.
2014년 8월 소송을 시작했다. 1월 첫 사건에 대한 판결이 나올 예정이었는데 판결 바로 전날 판결선고가 미뤄졌다. 2월에도 마찬가지였다. 판결 직전에 판결선고가 또 밀렸다. 2월 예정이던 나머지 사건 두 개도 선고가 연기됐다. 연기 사유도 명확하지 않다. 이후 담당판사들이 모두 바뀌었다. 새로운 판사들은 사건을 이해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8월 1심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한전의 전기요금 산정 방법을 대상으로 소송 진행하고 있다. 소송의 핵심이 뭔가.
누 진요금제를 폐지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정부와 한전이 가정용 전기요금에 부과하는 누진요금제로 대기업들의 배를 불리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는 누진요금제가 없다. 정부 주장처럼 누진요금제가 합리적이고 필요하다면 다른 나라도 사용할 것이다. 보통 상품을 살 때 많이 사면 할인해주는 경우는 있어도 구매 억제를 위해 징벌적 요금을 부과하는 경우는 없다.
한전 누진요금제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누 진요금제를 가정용 전기에만 적용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누진율이 너무 높다. 한전이 추산하는 최대 누진율은 11.5배다. 예를 들어 한 달 100㎾h 전기 사용 시 ㎾h당 요금은 60.7원이다. 하지만 전력 사용량이 많을수록 누진요금제가 붙어 500㎾h 이상 전기를 사용하면 요금이 303.5원이 아닌 709.5원이 된다. 하지만 이도 실제와 다르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으로 구성된다. 한전은 전력량요금에 부과된 누진율만 말하고 있다. 하지만 기본요금에도 누진율이 부과된다. 둘을 합치면 누진율이 30배가 넘기도 한다. 서민들이 여름철 전기요금 폭탄을 맞는 이유다. 반면 산업용에는 누진요금제가 없다. 지난달 기준 전체 전기사용량 중 60%가 산업용이다. 2012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이 중 97%를 대기업이 사용한다. 기업들은 누진요금제를 내지 않을뿐더러 야간에 사용하거나 많이 사용하면 전기요금을 더 적게 내기도 한다. 일반 서민들에게 누진요금제를 적용해 얻은 돈을 대기업에게 부어주고 있는 꼴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을 비롯한 일각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내려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 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점은 동의한다. 하지만 전기세 인하로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건 잘못된 방법이다. 관련 법률을 제정하는 등의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전기는 모든 이들이 동일한 권리를 가지고 사용하는 재화다. 누구는 비싸게 사고 누구는 싸게 산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소송에서 승리하면 한전이 입는 피해 규모가 엄청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 난해 한전은 역대 최대 실적 기록했다. 1분기 실적도 좋았다. 6월에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 100대 기업에 세계 에너지기업 중 유일하게 선정됐다. 한전이 매번 하는 이야기와 달리 수익·재무구조가 탄탄하다는 증거다. 게다가 누진요금제가 잘못됐다면 그동안 이로 많은 수익을 낸 한전이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다.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누 진요금제는 1974년 처음 적용됐다. 정부는 오일쇼크 이후 누진요금제를 통해 국민들의 전기사용량을 줄이려 했다. 전기를 많이 쓰는 것은 죄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이때부터 우리 국민들은 누진요금제에 길들여졌다. 전기를 아끼는 게 당연하다고 여긴다. 내 돈을 내고 사용하는데도 많이 쓰면 죄의식을 느낀다. 지금은 1970년대가 아니다. 자신의 돈을 내고 동일한 조건에서 전기를 사용할 권리가 있다. 이번 소송을 통해 누진요금제의 불합리성을 알리고 이를 개선하는데 힘쓰겠다.
http://www.sisapress.com/journal/articlebPrint/155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