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그룹 ‘어노니머스’가 이번엔 미국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 DOJ)를 해킹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자료공유 사이트 ‘메가업로드‘를 강제로 폐쇄한 데 따른 보복이다. 어노니머스와 FBI, 미국 법무부 사이에 어떤 앙금이 있었을까. 미국 인터넷 바다는 지금, 한바탕 해상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어노니머스의 이번 해킹 사건을 거꾸로 따라 올라가다 보면, 온라인 해적행위 방지 법안(이하 SOPA)과 마주하게 된다. SOPA는 지난 2011년 10월, 미국 하원에서 발의된 법안이다.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는 저작권 침해 사례에 대해 법적 조치를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작권 침해 행위가 발견되면 웹사이트를 강제로 폐쇄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SOPA는 인터넷상에서 자행되는 소위 ‘해적질’을 소탕하기 위한 법안이다.
메가업로드가 제공하는 자료 상당 부분이 저작권을 침해하는 자료다. 저작권으로 돈을 버는 업체에 메가업로드는 눈엣가시였던 셈이다. 아직 통과되지도 않은 SOPA 법안대로 FBI가 메가업로드를 폐쇄한 것이 이 같은 미국 대형 업체를 의식한 것은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까닭이다.
어노니머스는 이란 정부의 인터넷 검열에 항의하기 위해 이란 정부 사이트를 해킹한 경험도 갖고 있다. 어노니머스가 인터넷에서 자유로운 활동을 지지하는 단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번 미국 법무부 해킹은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어노니머스의 공격은 미국 법무부에서 멈추지 않는다. 미국 레코드 협회(RIAA)와 미국영화협회(MPAA), 유니버설뮤직 등 저작권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기관이나 업체가 메가업로드 사이트 폐쇄 직후 어노니머스의 공격을 받았다. 이들 기관과 업체는 메가업로드 사이트와 최근 저작권 문제로 법정에서 분쟁 중이었다. 어노니머스의 공격을 받아 다운된 사이트는 이 외에도 워너뮤직그룹 등으로 계속 확대되고 있다.
메가업로드 사이트에 직접적인 제재를 한 FBI 사이트도 현재 접속이 불가능하다. 어노니머스는 우리시간으로 1월20일 오전 10시경, 트위터에 서 “FBI.gov 탱고다운”이라고 밝혔다. 탱고 다운은 테러리스트를 제압했다는 뜻의 군사 용어다. FBI 사이트를 해킹한 주인공 역시 어노니머스일 가능성이 크다. FBI나 미국 법무부가 오히려 테러리스트 취급을 받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어노니머스는 트위터를 통해 “긴 밤이 될 테니 팝콘을 준비하라”라며 조롱하기도 했다. 이번 해킹이 짧은 시간에 끝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PSN 이후 또 한번의 항쟁이 시작되었네요.
